본문 바로가기
독서/서평

울트라러닝(Ultralearning) 한국어판 번역 문제

by For Your Life 2020. 3. 8.
반응형

박사과정 진학을 앞두고 학습법, 공부법에 대한 고민이 들어 Scott H. Young이라는 사람이 2019년에 발표한 『울트라러닝』(Ultralearning)이라는 책의 번역서를 구입해 보았습니다.

 

울트라러닝, 세계 0.1%가 지식을 얻는 비밀
국내도서
저자 : 스콧 영(Scott Young) / 이한이역
출판 : 비즈니스북스 2020.02.12
상세보기

 

책을 보니, 저자는 MIT의 무료 공개강의(OpenCourseWare) 과정을 통해 4년의 학부 과정을 1년만에 수료하는 MIT Challenge를 통해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자의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ocw.mit.edu/index.htm

 

MIT OpenCourseWare | Free Online Course Materials

Unlocking knowledge, empowering minds. Free course notes, videos, instructor insights and more from MIT.

ocw.mit.edu

https://www.scotthyoung.com/blog/myprojects/mit-challenge-2/

 

MIT Challenge | Scott H Young

In 2012, I decided to try to learn MIT's 4-year undergraduate computer science curriculum in 12 months, without taking any classes. I was successful in passing the final exams for 33 classes and completing the required programming projects. You can view my

www.scotthyoung.com

 

[이하는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올렸던 리뷰를 수정한 것입니다.]

 


 

책을 읽어 보니 나름대로 내용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움이 되는 부분도 몇 가지 찾을 수 있었고요. 알라딘 인터넷 서점의 리뷰를 보니 몇몇 분들이 책이 '추상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이 보이는데, 저자가 책 초반부에서 그리고 책 전반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듯이 울트라러닝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암묵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책 말미인 p. 289에서 자신의 원칙이 출발점(starting point)이지 도착점(destination, 목적지)이 아니라고 다시금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알라딘에서 해당 책의 100자평 중에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을 보니 '멍청한 외국인'이라는 혐오/폄하 표현까지 쓰면서 독종같이 공부하는 한국인을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고 적어 놓았는데,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 적어놓은 한국인의 공부 방식에 대한 평가를 읽었는지나 의문입니다. 한국 학생은 오랜 시간 공부하지만 그에 비해 성적은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한국 성인은 세계에서 가장 책을 덜 읽고 공부도 안 하는 축에 속하는데 말입니다. 즉, 한국인은 '멍청한 외국인'보다 머리가 좋은 편도,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지요.)

 

또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전략과 원칙(principle)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답'을 원하는 독자들의 경우에는 마음에 덜 들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저자가 구체적인 사례들을 꽤 들고 있고 실천 방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보다 실질적인 문제는 번역이 별로라는 점입니다. (이하 쪽수는 한국어판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9, 10장 사례가 많은 것은 제가 오역의 문제를 점차 느끼게 되어 이 부분을 시험삼아 선택해서 주로 살펴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전문 번역가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여 참고 수준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일단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의 priniciple(원칙/원리)을 '법칙'(law)으로 (일부는 '규칙'(rule)으로) 번역해 놓아서 핵심 내용에 대한 느낌부터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2장(p. 289)의 문장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크게 드러납니다.

 

영어판 원문: The principles I've tried to articulate in this book should provide good starting points. But they are guidelines, not iron rules; starting points, not destinations.

한국어판 번역: 이 책에서 내가 설명한 법칙들이 좋은 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칙들은 안내 용도일 뿐 철통같은 것은 아니며, 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principle을 법칙으로 번역하는 바람에 독자들은 '철통같은(?) 법칙'(iron rule)과 '그냥(?) 법칙'을 구분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법칙(法則)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자연과학에서의 '필연/불변'을 의미하는 law도 법칙이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영어판 원문: The principles I've tried to articulate in this book should provide good starting points. But they are guidelines, not iron rules; starting points, not destinations.

수정 번역: 내가 이 책에서 그동안 분명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원칙들은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들은 지침(指針)이지 불변의 규칙들은 아니다. 즉,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그 외에도 work(효과적이다, 만들어지다, 목표를 위해 노력하다)을 전부 '작동하다'나 '일하다'와 같이 기계적으로 번역해 놓는다든지, refine(개선/개량하다)를 '제련하다'와 같이 뉘앙스에 맞지 않게 번역하는 문제도 종종 보입니다.

 


사례를 들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3장(p. 302)의 번역을 보면,

 

영어판 원문: How sharp is my attention?

한국어판 번역: 어떻게 주의를 날카롭게 세우는가?

 

와 같이 존재/상태를 주로 나타내는 be동사(is)를 동작으로 번역하여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영어판 원문: How sharp is my attention?

수정 번역: 내 주의력은 얼마나 날카로운가?

 

 

어색한 것에서 더 나아가 문장의 기본적인 해석 자체가 틀린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9장(p. 211)의 다음 번역을 봅시다.

 

영어판 원문: If they fail too often, they simplify the problem so they can start noticing when they’re doing things right.

한국어판 번역: 실패가 너무 잦으면 문제를 단순화해서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simplify에는 '평이(平易)하게 하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이 문장의 실제 의미는 실패가 너무 잦을 경우에는 문제의 난이도를 낮춰서 언제 그 일을 적절히 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바로 그 다음 문장에서 나오는 too little의 경우 '거의 없으면'과 같이 의미를 약화시켜 번역해 두었는데, 이렇게 되면 앞 문장의 too often과의 대응관계가 잘 살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번역을 수정해야 합니다.

 

영어판 원문: If they fail too often, they simplify the problem so they can start noticing when they’re doing things right.

수정 번역: 실패가 너무 잦다면, 언제 그 일을 적절히 해낼 수 있는지 알아차리기 시작할 수 있도록 문제의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

 

 

10장(p. 227)의 아래 두 문장도 번역이 어색합니다. 

 

영어판 원문: Since we aren’t constantly experiencing the entirety of our long-term memories simultaneously, this means there must be some process for dredging up the information, given an appropriate cue. What may happen in this case is that one of the links in the chain of retrieving the information has been severed (perhaps by decay or interference) and therefore the entire memory has become inaccessible.

한국어판 번역: 우리는 장기 기억 전체를 동시에 끊임없이 경험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신호가 주어지면 그 정보를 건져 올리는 약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정보를 인출하는 고리에 연결된 링크 중 하나가 (어쩌면 쇠퇴 혹은 간섭 때문에) 끊기면 전체 기억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첫 번째 문장의 번역에서는 일단 since 절의 쉼표(,)를 번역에서 빼는 바람에 읽는 호흡에도 문제가 다소 있고, must의 의미도 약화시켜 놓았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명사절인 what절을 주어로 처리하지 않고 in this case만 따로 빼어서 조건절로 번역하고 있는데, may happen(발생할 수도 있다)를 생략하여 문장의 해석에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chain(사슬, 일련의 것)을 '고리'로 번역하고 link(고리)는 '링크'로 번역(?)해 둔 것도 다소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전문 번역가는 아니기에 매끄럽게 고치기는 어려웠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바꿔볼 수 있을 듯합니다.

 

영어판 원문: Since we aren’t constantly experiencing the entirety of our long-term memories simultaneously, this means there must be some process for dredging up the information, given an appropriate cue. What may happen in this case is that one of the links in the chain of retrieving the information has been severed (perhaps by decay or interference) and therefore the entire memory has become inaccessible. 

수정 번역: 우리는 자신의 장기 기억 전체를 동시에 끊임없이 떠올릴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이는 적절한 단서가 주어진 상태에서 오래된 정보를 떠올리는 어떠한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정보를 인출하는 일련의 고리들 중 하나가 (아마도 쇠퇴나 간섭에 의해) 끊김에 따라 전체 기억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p. 291에서는 '나머지 전부'를 의미하는 the others를 영어의 all the different things에 해당하는 '서로 다른 모든 것들'로 번역해서, 자신이 제시한 9가지 원칙들을 마무리하면서 나머지 8가지 원칙들이 실험을 통해 묶인다는 저자의 의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여기서는 principle을 '규칙'으로 번역해서 일관성도 결여하고 있고요.)

 

영어판 원문: Experimentation is the principle that ties all the others together.

한국어판 번역: 실험은 서로 다른 모든 것을 한데 묶어주는 규칙이다.

수정 번역: 실험은 [내가 이 책에서 제시한] 다른 모든 원칙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원칙이다.

 

 

저자가 나름 감동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했던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단(p. 343)마저도 번역이 어색합니다. only so much 또는 only so many는 일종의 관용구로서 무언가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그저 많이 할 수 있다'라고 어색하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영어판 원문: Many pursuits in life have a kind of saturation point, after which the longing for more of a thing eventually diminishes as you get more of it. A hungry person can eat only so much food. A lonely person can have only so much companionship. Curiosity doesn't work this way. The more on learns, the greater the craving to learn more. The better one gets, the more one recognizes how much better one could become.

한국어판 번역: 삶에서 추구하는 많은 일에는 일종의 포화 단계가 있다. 더 얻을수록 더 많은 것에 관한 열망이 줄어드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은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 외로운 사람은 그저 친구를 많이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호기심은 다르다.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커진다. 더 잘해 나갈수록,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진다.

수정 번역: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많은 것들에는, 당신이 그것을 더 많이 갖게 됨에 따라 결국 그에 대한 열망이 감소하게 되는 일종의 포화 지점(saturation point)이 존재한다. 배고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한계가 있고, 외로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친구에도 한계가 있다. 호기심은 그렇지 않다.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커진다. 더 나아질수록 자신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원문을 일일이 대조해 본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정반대로 해석해 놓은 문장도 꽤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James Clear의 추천사(p. 15)에서는 aside from을 '...만을 제외하고는'으로 번역하지 않고 '한옆에 치워두고'라고 번역해서 의미를 정반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영어판 원문: Aside from a few freelance projects I took on to pay the bills, the vast majority of my time was spent reading and writing.

한국어판 번역: 공과금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몇 가지 일감들(이미 계약된 일들이었다)을 한옆에 치워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읽고 쓰는 데 할애했다.

수정 번역: 공과금을 내기 위해 맡은 몇 가지 한시적인 일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와 글쓰기에 할애했다.

 

 

9장(p. 200)에서도 접속사 though(비록 ...이지만)을 빼고 번역하는 바람에  두 절 사이의 관계를 순접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냉혹한 비판주의가 문제인데 왜 록(Rock)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무시했는지에 대해 독자가 이해할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영어판 원문: Though we all know (and instinctively avoid) harsh and unhelpful criticism, the research also supports Rock’s strategy of disregarding the positive feedback that his celebrity automatically generates.

한국어판 번역: 우리 모두 냉혹하고 도움이 안 되는 비판주의를 알고 있다(그래서 그런 비판은 직관적으로 피한다). 앞에서 록이 자신의 명성에서 나온 긍정적인 피드백을 무시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수정 번역: 비록 우리 모두는 가혹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비판에 대해 알고 (또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고) 있지만, 그 연구는 또한 록이 자신의 명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무시하는 록의 전략의 [타당성을] 지지한다.

 

 

10장(p. 227)의 경우에도 suppress(억누르다, 정보를 숨기다)를 '넘어서다'로 번역하여 혼동을 주고 있습니다.

 

영어판 원문: Retroactive interference is the opposite―where learning something new "erase" or suppress an old memory.

한국어판 번역: 역행 간섭은 새로운 뭔가를 배우는 것이 과거 기억된 것을 삭제하거나 넘어서는 것을 말한다.

수정 번역: 역행 간섭(retroactive interference)은 [순행 간섭(proactive interference)과는] 정반대, 즉 새로이 학습한 것이 기존의 기억을 "지우거나" 숨기는 것을 말한다.

 

 

12장(p. 288)에서도 all ways에서 ways(방법들)을 빼고 번역해서 반대로 해석하고 있고요. (run a test는 '실험 또는 시운전을 하다'의 의미입니다.)

 

영어판 원문: Copying exemplars, running tests, and pushing to extremes are all ways to push outside your ingrained habits and try out something different.

한국어판 번역: 몸에 깊숙이 밴 습관을 벗어나 뭔가를 다르게 시도해보는 것은 본보기를 따라 하고, 시험을 치르고, 극단가지 나아가는 것, 이게 전부다.

수정 번역: 본보기를 따라 하기, 실험하기, 극한까지 밀어부치기는 모두 자신의 몸에 깊이 밴 습관들을 버리고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는 방법들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13장의 번역 두 가지를 보겠습니다. 우선, p. 300의 경우

 

영어판 원문: It had me up and studying by 7 a.m. and working until 6 p.m., with only a short break for lunch. Although my actual schedule, in practice, rarely reached that ideal (even in my most intensive early days, I almost never got in eleven hours straight), the mere act of writing down the schedule helped prepare me psychologically for the project ahead.

한국어판 번역: 그 일정에 따르면 나는 일어나서 오전 7시까지 공부를 하고, 저녁 6시까지 일하고, 점심시간에만 짧게 쉬었다. 사실상 내 실제 생활은 이런 이상에 다가가지도 못했다(심지어 가장 강도 높게한 초기에도 11시간을 쭉 공부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단지 일정을 적기만 했음에도 프로젝트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와 같이 study는 '공부하다'로, work은 '일하다'로 번역하고, 게다가 '늦어도 ...까지는'을 의미하는 by를 그냥 '...까지'로 번역해서 새벽에 공부하고 아침부터는 일한 것처럼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뒷문장을 보면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11시간 동안 공부하려 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어서 독자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띄어쓰기 문제도 있는데 '높게한'은 '높게 한'으로 써야 맞겠지요.) 따라서 (제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어판 원문: It had me up and studying by 7 a.m. and working until 6 p.m., with only a short break for lunch. Although my actual schedule, in practice, rarely reached that ideal (even in my most intensive early days, I almost never got in eleven hours straight), the mere act of writing down the schedule helped prepare me psychologically for the project ahead.

수정 번역: 그 일정에 따르면 나는 늦어도 오전 7시까지는 일어나서 공부를 시작해서, 단지 점심시간에만 짧은 휴식을 가지면서 저녁 6시까지 열심히 해야만 했다. 비록 실천에 있어서 내 실제 일정은 이러한 이상에 다가가지도 못했지만(심지어 가장 강도 높게 [진행]한 초기에도 11시간 연속으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었다), 단지 일정을 적는 행위만으로도 그 프로젝트를 심리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p. 306에서도 '영어 쓰지 않기 프로젝트'(without English project)를 '영어 프로젝트를 하지 않고'라고 번역해 놓았습니다. might(...일 수도 있다)는 번역에서 누락되었고요. (참고삼아 확인해 보았더니 네이버 파파고 번역과 유사하더군요. 제가 굳이 네이버 파파고와 비교해 본 것은 p. 307에서 Python(파이썬)을 '파이톤'으로 번역해 놓은 것을 보고 의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파이썬'으로 통용되고 있는 Python 프로그램의 번역을 웬만해서는 이런 식으로 실수할 리는 없거든요.)

 

영어판 원문: As mentioned in the chapter on retention, one of the worries I had after the year without English project was that learning languages so intensively over a short period of time might lead not just to rapid learning but to rapid forgetting.

한국어판 번역: 기억 유지를 다룬 장에서 말했듯이, 영어 프로젝트를 하지 않고 그해를 보낸 후 내가 한 걱정 하나는 단기간에 고강도로 진행한 언어 학습은 급속히 습득되지만 동시에 급격히 잊어버린다는 점이었다.


네이버 파파고 번역: 보존에 관한 장에서 언급했듯이, 영어 프로젝트 없이 1년 후에 내가 겪었던 걱정들 중 하나는 짧은 시간에 걸쳐 언어를 그렇게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 빠른 학습뿐만 아니라 빠르게 잊어버리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일부 문장이 번역에서 생략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6장(p. 135)을 보면,

 

영어판 원문: Now, four years later, armed with a newly minted degree and entering into the worst job market since the Great Depression, that dream was beginning to seem very far away. Getting a foothold in architecture can be difficult, even in good economic times. But just a few years out from the market crash of 2007, it was nearly impossible.

한국어판 번역: 4년이 지나 학위로 무장한 그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구직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기가 좋다 해도 건축가로서 기반을 다지기가 힘든데, 그때가 2007년 경기가 무너지고 몇 년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와 같이 원문의 많은 부분을 생략 및 축약해서 번역해 두는 바람에 한국어만 봐서는 문장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마지막의 it was nearly impossible(거의 불가능했다)은 번역해 주었어야 합니다.

 

영어판 원문: Now, four years later, armed with a newly minted degree and entering into the worst job market since the Great Depression, that dream was beginning to seem very far away. Getting a foothold in architecture can be difficult, even in good economic times. But just a few years out from the market crash of 2007, it was nearly impossible.

수정 번역: 4년이 지나, 이제 막 나온 따끈따끈한 학위로 무장한 그는 [1930년대의] 대불황(Great Depression) 이래 최악의 구직 시장에 뛰어들고자 했지만, 그 꿈은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 경기가 좋을 때조차 건축가로서 기반을 다지기가 힘든데, 시장이 무너졌던 2007년으로부터 몇 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 9장(p. 211)에서는 more를 번역에서 누락하여 '성공 피드백'의 과잉이 '실패 피드백'의 과잉보다 더 문제가 된다는 맥락을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어판 원문: However, the opposite problem, of being too successful, is more pervasive.

한국어판 번역: 하지만 반대의 문제, 즉 무척이나 성공하고 있다는 피드백의 문제 역시 넘쳐난다.

수정 번역: 하지만 정반대의 문제, 즉 지나치게 성공적인 것의 문제는 더욱 만연해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장(p. 224)의 경우에는 much를 '훨씬 많이'로 번역하여 정작 원문에는 없는 비교급을 넣어놨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much를 '대부분'과 같이 번역해야 합니다.) 

 

영어판 원문: [...] why our brains forget much of what we initially learn [...]

한국어판 번역: [...] 우리의 뇌가 최초에 배웠던 것을 훨씬 많이 망각하는 이유 [...]

수정 번역: [...] 우리의 뇌가 최초로 배웠던 것(들)을 대부분 망각하는 이유 [...]

 

 

11장(p. 254)에서는 수학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any를 번역에서 누락하여 어색합니다.

 

영어판 원문: This, however, is true of any smooth shape, and it is an elementary fact of calculus that his fellow classmates should have realized.

한국어판 번역: 하지만 반 친구들은 이것이 매끈한 형태에서 참이며, 미적분 초급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수정 번역: 하지만 이는 어떠한 매끄러운 형태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그의 반 친구들이 알아차려야만 했던 미적분학의 기초적인 사실이었다.

 

 


사실 소제목에서의 지나친 의역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거의 모든 소제목들을 의역해 놓아서 일일이 지적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두 개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9장 마지막(p. 213) 소제목은 'Beyond Feeback'인데, 이를 '빠르고 강한 피드백으로 소음을 제거하라'라고 번역해 놓았습니다. 이 부분의 내용은 피드백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따라서 정보를 잘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다음 장의 주제인 유지(retention)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원래 제목 그대로 '피드백을 넘어서' 또는 '피드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와 같은 식으로 번역했어야 하는데, 번역에서는 정반대로 피드백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10장의 두 번째(p. 224) 소제목은 'Why Is It So Hard to Remember Things?'인데, 이를 '뇌는 처음에 배운 것부터 망각한다'로 번역해 놓았습니다. 아마도 본문 중에 있는 'our brains forget much of what we initially learn' 부분을 번역자가 임의대로 해석해서 달아놓은 것 같은데, 이 부분의 의미는 '최초로 학습[습득]했던 것의 대부분을 망각한다'에 가까우므로 심각한 오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우리가 어렸을 적에 겪었던 사건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인간의 뇌는 시간 순서대로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이나 의미의 크기에 따라 어떤 것은 더 잘 기억하고 다른 것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절의 내용은 쇠퇴(decay) 말고도 간섭(interference), 망각된 단서(forgotten cue)―번역자는 이를 '망각된 신호'라고 번역해 두었습니다만, signal과 혼동될 소지가 있어 저는 '단서'로 바꾸었습니다―를 포괄하고 있으므로 역시 원래 제목대로 '왜 기억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가'와 같이 번역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이 외에도, 간혹 조사를 빼먹는 등의 오타도 발견되는데 출판사의 편집 담당자가 검토 및 교정을 거의 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일부 어려운 용어의 원어 표기가 종종 빠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p. 125의 간삽현상(phenomenon of interleaving), p. 138의 전이 적합형 처리(transfer-appropriate processing), p. 222의 서번트(savant; 전반적으로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특출한 사람. 영어 발음으로는 '새번트'에 가까움)―한국어 표기만으로는 발음이 비슷한 servant(종, 하인)와 헷갈릴 수 있음―, p. 253의 곡선제도용 운형(雲形)자(a curved rule; a French curve)와 같은 경우에는 원어를 병기해 놓지 않아 불편함이 있었고, p. 219에서는 chlorodyne(마취 진통제의 하나)의 뜻을 적어주지 않아 직접 찾아봐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참고문헌 등의 미주는 거의 대부분 빠져서 저자가 인용한 자료들의 원 출처를 독자가 일일이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봐야 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심지어는 출처에 대한 힌트가 아예 없어서 원서의 미주를 확인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요컨대, 책 내용은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사례도 꽤 포함되어 있지만, 번역이 별로라서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읽다 보니 제가 독서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오류를 찾고 의심이 가는 부분을 교정하여 새로 번역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더군요. (덕분에 영어 공부는 조금 했습니다만...) 번역자도, 출판사도 신뢰가 별로 가지 않아 앞으로도 해당 역자와 출판사 책을 구입하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자기계발서의 특성상 아주 어려운 표현은 많지 않은 편이니 가능하면 원서로 읽기를 추천합니다. 아마존.com에서 보니 가격이 번역서와 큰 차이가 없더군요.

https://www.amazon.com/Ultralearning-Strategies-Mastering-Skills-Getting/dp/0008305706/ref=sr_1_1?keywords=ultralearning&qid=1583544013&sr=8-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