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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퇴사 3일 전

by For Your Life 201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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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퇴사를 하다

 

3년 3개월 동안 다니던 회사를 이달 말로 퇴사한다. 수습기간이 3개월이었으니, 정사원으로 다닌 기간만 따지면 정확히 3년인 셈이다.

 

퇴사 전 남은 3일 동안은 휴가를 내서 회사에는 오늘까지만 출근하고 내일부터는 사실상 다니던 회사와의 인연이 끝나게 된다.

 

한 달 전에 사직서를 제출할 때만 하더라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날 자리를 정리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2.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렇게까지 나쁜(?) 회사는 아니다.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간혹 야근이 있는 것을 빼면 다른 회사에 비해 업무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부서에 따라서 야근과 주말출근이 많은 경우도 있고, 향후 내가 그 부서로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점은 내가 '조직형 인간'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상명하복의 관료제적 방식으로 움직이고 구성원의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분위기는 토론을 좋아하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나름의 고민을 통해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제시한 사람이 책임을 져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고, 이러한 경험을 몇 차례 한 뒤에는 나도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조직과 내가 같이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속한 회사는 주기적(평균 2-5년 정도)으로 부서 순환보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전문성을 키우는 데 있어서 많은 제약으로 작용했다. 나부터도 2년 6개월 만에 부서 이동이 되었는데, 이전 부서에서 쌓은 지식과 경력이 새로운 부서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는 경험을 하면서 큰 회의감이 들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시 대체할 수 있는 직원을 여러 명 둔다는 입장에서 순환보직을 시키는 것이겠지만, 그 결과 직원들이 전문성을 쌓지 못하게 됨으로써 회사에서 직원을 붙잡아두기 쉬워지는 효과까지도 발생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몰입'을 통한 행복을 잃어버린 게 컸다.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무언가에-주로 책이긴 했지만-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게 되면서부터는 집에 오면 일단 지쳐서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조금 하다 잠들기에 바빴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자 집중력도, 몰입도 하기 어려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3. 퇴사 후 계획

 

원래 입사 전에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상태였다. 3년이란 공백이 있지만, 뒤늦게나마 상반기 중에 석사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은 후 문헌정보학 박사과정을 들어갈 예정이다.

 

박사과정을 들어가는 이유는 '교수를 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책을 좋아했기에 도서관 사서로서 살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제일 좋은 것은 문헌정보학 박사과정을 통해 훌륭한 연구를 하는 것이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더라도 해당 지식을 살려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서 연구자와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년 3월 입학과 장학금을 목표로 하반기에는 영어(토플 등) 실력을 쌓고, 문헌정보학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을 습득하면서 연구계획을 구상하고자 한다.

 

 

4. 기대와 불안

 

이렇게 퇴사를 하면서 드는 불안감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회사가 제공해 주는 각종 인프라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돈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원치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할 수 있게 되어 새로운 기대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여러 가지 여건상의 문제로 꿈을 접어야 했던 경우도 많았음을 생각해 보면, 최소한 나는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원하는 것을 해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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