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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대학 축제의 부끄러운 현실

by For Your Life 2019.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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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각 대학들마다 축제로 분위기가 들썩이곤 한다.


그런데 대학 축제와 관련해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 축제에는 어떤 가수(연예인)이 오나요?'



아예 요새는 '라인업'(line-up)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학별로 서로 비교하기까지 한다.



솔직히 말해서 굳이 왜 공부하는 공간인 대학에까지 연예인이 와서 공연을 해야 하고, 또 그 공연에 수천만 원에서 1-2억 원에 달하는 등록금과 교비를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6천만 원이라면, 30만 원짜리 도서관 의자를 무려 200개나 살 수 있고 150만 원 등록금을 40명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시험기간마다 도서관에 자리가 없다고, 등록금이 높다고 욕하고 아우성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은 없는 걸까?)



예전이 무조건 좋았다고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과거의 대학 문화를 생각해 보면 요새는 너무나도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상업적인 (대중)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자리로서 축제가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축제 기간 동안에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분야와 주제들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새는 대학이 상업문화의 제일선에 서게 되어버렸고, 축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연예인 보면서 술 마시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상업주의 문화에 물든 것은 초중고 다 마찬가지지만, 대학교 축제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지 않고 그저 구경꾼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직접 뭐라도 따라하거나 만드는 초중고 수련회 장기자랑보다도 못한 셈이다.


(매년 축제 기간에 열리는 주점들이 성희롱과 성 상품화로 얼룩져 있고, 음주 사건사고 추태와 성폭력도 매년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하자.)



과연 해외 석학이 학교에 방문하여 특별 강연이 열린다고 할 때에도 학생들이 연예인을 맞는 것마냥 '라인업'을 짜고 환영할지 의문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유럽의 유수의 대학들, 중국 칭화대, 북경대, 일본 도쿄대의 축제가 과연 이러한 형식일까?


(물론 이들 대학에서 연예인을 불러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축제) 문화가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 축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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