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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통계학/고등학교 수학

고등학교 수학 오류 (1) 한국 수학의 위기

by For Your Life 2016.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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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용무, 우리가 잘못 배우고 있는 수학, 교우사, 2007

 

 

[머리글]

 

  수학이 실생활은 물론 우리의 삶의 질을 바꾸어 주는 여러 분야에 깊게 관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수학을 단순히 다른 학문이나 기술을 위한 언어라든가 이에 필요한 도구로만 여긴다면 수학 자체의 가치는 사라진다. (중략) 수학은 이런 연장이 가진 기능을 넘어서 오늘의 과학 문명을 있게 한 인간의 정신적, 사상적 바탕이자 원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략)

  우리의 수학 교육 현실을 둘러보라. 우리는 수학을 배우고 가르쳤다기보다 문제의 답을 구하는 기계를 양산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곧 그 기능이 멈춰버릴 기계를 말이다. 기초 학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두고 서울대 수학과 김성기 교수는 '조만간 국내에 삼각함수, 사인 코사인 복소수 등을 모르는 공학박사들이 배출될 위기에 처했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가 2006년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 성취도를 평가한 결과 일부 서술형 문제에서 전체 응시자의 90% 이상이 0점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략)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서울대학교가 실시한 시험 점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그 상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나아가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초중고등학교의 문제를 대학 입시를 통해 해결하려는 그릇된 정책 판단은 이런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략) 정부는 교육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서 벗어나 내실있는 교육환경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략) 학원과 과외 공부로 시달려 지쳐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으며, 입시 경쟁의 일선에 서 있는 교사들에게 어찌 제대로 된 실력을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중략) 실험이나 관찰이 사라진 과학 수업이나 머리를 써서 생각하고 논리정연한 추리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심하는 일은 잊은 채 참고서나 베껴 배우며 입시 유형에 맞춘 문제만 풀고 있는 수학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찌 깊은 과학의 세계와 수학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중략)

  이 책은 필자가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며 폐부 깊숙히 느끼고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던 것들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삺 보기로 하여 꾸민 책이다. 수학이 응용 분야의 도구로만 이해되서는 발전할 수 없으며, 수학의 발전이 없이는 과학을 비롯하여 다른 선진 학문도 자라날 수 없음을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략) 한 과목을 온전히 제대로 배우는 일은 무척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과목이 정한 목표와 방법에 따라 충실하게 가르치고 배우면 된다. (중략) 시간을 두고 곱씹으며 음미하고 수학의 세계를 탐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수학을 올바로 익힐 수 없다. 이는 단지 수학에 한한 것은 아니다. 아울러 수학은 다른 과목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잇다. 예를 들어 문장력 하나도 수학 실력을 기르는 데 무척이나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 자신이 제시한 답의 근거를 글로 직접 적을 수 없다면 무의미한 학습이 되고 만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매달리기에 앞서, 사고를 힘들여 하는 분위기와 다른 과목과 연계한 종합적 학습이 절실하다. 그리고 참고서나 교재에 의존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우수한 교사의 창의적 교재 연구와 교구 개발 및 교수 방법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략)

  부족하나마 이 글을 계기로 수학 교육과 수학을 이해하는 우리의 시각에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을 통해서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 배우고 또 무엇을 빠뜨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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