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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책 문구

[책 문구]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by For Your Life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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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엥겔스,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돌베개, 2015.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국내도서
저자 :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 양재혁역
출판 : 돌베개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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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6

  그[포이어바흐]는 이러한 관계에서는 도덕이라는 단 하나의 측면만을 보았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헤겔에 비하여 포이어바흐의 놀랄 만한 빈약성이 다시금 우리를 놀라게 한다. 헤겔의 윤리학 또는 인륜에 관한 학설은 법철학인데, 그것은 1)추상적인 법, 2)도덕, 3)인륜을 포괄하며 이 인륜에는 다시 가족, 시민사회, 국가가 속한다. 여기에서는 형식은 관념론적이지만 내용은 현실적이다. 그 내용은 도덕과 함께 법, 경제 및 정치의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포이어바흐는 그와 정반대이다. 형식을 두고 말하면 그는 현실적이며 인간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는 이 인간이 생활하고 있는 세계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인간은 여전히 종교철학에서 설교하는 추상적 인간 그대로이다. 이 인간은 모태에서 출생한 것이 아니라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이 일신교의 신에서 날아 나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 인간은, 역사적으로 발전해오고 또 역사적으로 규정된 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다. 비록 그가 다른 사람들과 교제를 한다 하더라도, 그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다 그와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인간이다. 그의 종교철학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있었으나, 그의 윤리학에서는 이 마지막 구별조차 없어진다.


p. 84

  간단히 말하면 포이어바흐의 도덕론은 그보다 선행하는 자들의 도덕론과 동일하다. 그의 도덕론은 온갖 시대, 온갖 민족, 온갖 사정에 맞도록 꾸며진 것이며,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나 또 언제나 적용될 수 없다. 현실 세계에서 그것은 칸트의 정언명령과 마찬가지로 무력하다. 실제로는 각 계급마다, 심지어 각 직업마다 자기의 고유한 도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위반해도 처벌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들은 언제든지 이 도덕을 위반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통일시키려고 하는 사랑은 도리어 전쟁, 쟁의, 소송, 가정 불화, 이혼, 일부 사람들에 의한 다른 사람들의 최대한의 착취 속에서 발현된다.


p. 110

  그러나 종교에 대해서도 간단히 고찰하기로 하자. 종교는 물질적 생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또 그것과 가장 인연이 먼 것으로 보인다. 종교는 극히 원시적인 시대에 인간이 자기 자신의 본성과 그 주위의 외계에 관하여 가지고 있던 무지몽매한 원시적인 표상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어떤 이데올로기든지 일단 발생하면 현존하는 모든 관념과의 연관하에 발전하면서 이들을 한층 더 확대시킨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자립적이고 독자적으로 발전하며 오직 자체의 법칙에만 복종하는 자립적인 본질로서의 사상은 아닐 것이다. 두뇌 속에서 이 사유 과정이 진행되는 사람들의 물질적 생활조건이 결국은 이 사유 과정을 규정한다는 사실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에게는 의식되지 못하고 만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데올로기란 도대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시적 종교 관념은 주로 혈연적 민족 집단마다 공통된 것이었으나, 이 집단이 분열된 이후에는 각각의 민족에게 있어 그 민족이 처한 생활조건에 따라서 독특하게 발전한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한 계열의 민족 집단, 즉 아리아족(소위 인도.유럽어족)의 경우에는 비교신화학에 의하여 상세하게 연구되었다.

  이와 같이 개별적인 민족들이 만들어낸 신은 국가신으로서 그의 권력은 그가 수호하는 국가 영토의 경계를 넘지 못하였고, 그 경계 밖에서는 다른 신이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이렇나 신은 그를 만들어낸 국가가 존속하는 동안만 사람들의 관념 가운데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 국가가 몰락하면 함께 사멸했다. 고대 국가들은 로마 세계제국의 공격으로 몰락했으며-우리는 로마 제국의 발생의 경제적 조건을 여기에서 따질 수는 없다-이와 함께 고대의 각 국가신은 사멸했는데, 이는 바로 로마시라는 협소한 영역에만 적합했던 로마신들의 운명이기도 했다. 세계제국을 세계 종교로써 보충하려는 요구는 로마가 자국의 신 외에도 다소 존경할 만한 타국의 신을 끌어들여 받들게 하려고 한 점에서 명백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종교는 이렇게 황제의 명령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새로운 세계 종교인 기독교는 보편화된 동방 신학, 특히 유대 신학과 속류화된 그리스 철학, 특히 스토아 철학의 혼합물로서 이미 조용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원시 기독교가 어떤 형태였는가를 알려면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공식적 형태의 기독교는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국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하튼 기독교가 발생한 후 250년 만에 국교가 되었다는 사실은 기독교가 그 시대의 사정에 얼마나 적합한 종교였는가를 충분히 가늠케 한다. 중세에 봉건제도가 발전함에 따라 기독교 역시 그에 상응하는 봉건적 위계질서를 지닌 종교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시민층이 등장하자 봉건적인 가톨릭에 대립하여 프로테스탄트라는 이단이 발전했는데, 프로테스탄트는 남부 프랑스의 여러 도시들의 전성기에 알비파 사이에서 처음으로 발흥했다.


p. 118

  지금은 오직 노동자 계급 가운데서만 이론에 대한 독일적인 관심이 시들지 않고 계속 생기를 띠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 계급 속에서는 이미 어떤 수단으로도 이 관심을 없애지 못한다. 노동자 계급에게는 출세나 돈벌이나 또는 상부의 자비로운 보호를 바랄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와 반대로 과학이 더 용감하게, 더 결정적으로 진출하면 할수록 노동자의 이해관계 및 지항과 더욱 일치한다. 사회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열쇠를 노동의 발전사에서 발견한 새로운 유파는 처음부터 노동자 계급에 눈을 돌렸으며, 또 공식적인 과학에 요구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공감을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받게 되었다. 독일 노동운동은 독일 고전철학의 계승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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