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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직후에는 '(얼마 전) 퇴사했다는 사실'과 퇴사함으로써 생긴 변화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달라진 것들이 내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퇴사한 지 1년이 되는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변화 자체가 '일상'이 되었고, 퇴사라는 사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전에 세워놓은 계획이 어떻게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해 더욱 초점을 두게 된다. 만약 내 블로그에 가끔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퇴사한 지 1년이 되었는지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덤으로 티스토리 블로그 에디터가 개편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연히 퇴사 후 1년이 되었음을 인지한 만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년이라는 기간은 인간이 연속적인 시간을 인위적으로 잘라서 만든 단위지만, 동시에 태양에 대한 지구의 공전기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1년이 지구가 태양을 기준으로 '처음' 출발했던 자리에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인 만큼, '초심'을 논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적절해 보인다.
1. 건강과 균형
퇴사 초기에는 수영을 다니면서 살을 조금 뺐지만, 지난해 5-7월에 석사학위논문을 마무리하면서부터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다. 또, 9월부터는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새로운 학위 및 자격증 과정을 시작하면서 운동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야간에 수업을 듣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조금이나마 병행하는 과정에서 몸무게가 많이 불었다. 올해 초부터는 다시 공원 산책과 (약한 강도의) 근력운동을 하면서 살을 조금씩 빼고 있다.
생활에 있어서의 '리듬'을 찾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 편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강제하는 제약이 사라진 만큼, 스스로 모든 것들을 계획하고 또 통제해야만 하는 점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구체적인 당면과제가 생겨나면서 자유시간을 충실히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2. 공부에 대한 흥미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면서 이 분야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퇴사까지 한 상황에서 어설프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소위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기도 했다. 또, 석사논문을 쓰면서 다시 공부한다는 것, 탐구하고 연구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고민 끝에 내년에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하반기 입시를 목표로 준비해 나가고 있다.
공부에 대한 흥미를 되찾고 새로운 분야에서 연구를 해 나가고자 결심하게 된 것이 퇴사 후에 얻은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일 것이다.
3. 인간관계
퇴사 초기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했는데,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게 되면서 그렇게 여유 있게 사람들을 보지는 못하게 되었다. 퇴사 후 1년을 지나면서, 퇴사 생활이라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을 적게할 뿐 결코 시간이 무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생각만큼 많은 여유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가사노동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4. 정신적 상태
아직 완벽하게 이후의 거취가 정해진 것은 아니기에 약간의 불안감은 있지만, 그래도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이루어 나간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된다면 나의 '퇴사' 생활은 더욱 길어지게 되는 셈인데, 그 점에서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일희일비하면서 조급해하기보다는 꾸준히 노력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정신적 평온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깨닫고 있다.